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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비건으로 사는 법

by 파피용1 2025. 6. 25.

여행은 낯선 곳을 마주하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을 만나는 삶의 확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기에, 평소 실천하던 비건 생활이 어려워지는 순간들도 생긴다. 특히 동물성 재료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지역을 여행할 때, 혹은 채식 문화가 낯선 사회를 마주할 때,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은 더 큰 고민과 선택을 동반하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비건 여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행은 오히려 더 넓은 관점으로 윤리적 삶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음식 선택에서부터 숙소, 교통, 소비 방식까지, 비건의 철학은 여행지에서도 다채롭게 적용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비건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즐기는 세 가지 방법을 중심으로 비건 여행의 실제적인 전략을 공유하고자 한다.

 

여행하며 비건으로 사는 법
여행하며 비건으로 사는 법

 

1.여행을 준비할 때는 정보 수집과 유연한 사고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비건 여행의 시작은 철저한 정보 수집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느 지역을 방문할지 결정하기 전, 그 나라나 도시의 식문화와 비건 친화적인 환경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태국, 인도, 대만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전통적으로 채식이 발달해 있어 의외로 다양한 비건 음식이 존재한다. 반면 유럽의 일부 지역이나 중동, 남미에서는 육류 중심 식단이 보편화되어 있어 비건 식사를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도구가 바로 비건 여행 앱과 웹사이트들이다. 해피카우, 어빌리언, 바닐라 빈 같은 플랫폼은 전 세계의 비건 식당 정보를 사용자 리뷰와 함께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글맵의 사용자 리뷰에서 비건, 플랜트베이스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도 유용하다.

숙소를 고를 때도 고려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간이 주방이 있는 숙소나 호스텔을 선택하면, 직접 식재료를 구입해 간단한 비건 요리를 할 수 있다. 현지 슈퍼마켓, 채소 시장, 유기농 마트 등을 방문해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식사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재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에는 항상 예측 불가능한 일이 따른다. 메뉴판에 표시되지 않은 숨은 동물성 재료, 언어 장벽, 비건 옵션이 전혀 없는 식당 등 어떤 상황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돌발 변수들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보 수집과 함께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유연한 태도다.

비건으로서 여행할 때는 가끔 100% 완벽한 비건 선택이 어려운 순간도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자책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의 배움이다. 비건 실천은 윤리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치를 삶 속에서 실현하려는 지속적인 연습이기 때문이다.

 

2.여행지에서 비건 식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지역 이해가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비건 식사를 찾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자 문화 교류다. 많은 나라에서 비건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생소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채식을 한다고 말하면 생선이나 유제품은 괜찮은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동물성 기름이 사용된 음식이 아무런 표시 없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런 오해의 지점을 넘어서기 위해선,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창의적인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음식 중에도 우연히 비건인 음식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인도의 달, 베트남의 고이꾸온, 중동의 팔라펠과 후무스, 한국의 나물 비빔밥과 김밥 등은 대부분 비건에 가까운 재료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간의 수정만 거치면 완전한 비건 음식으로 즐길 수 있다. 이러한 현지 음식을 찾아보고, 필요할 경우 요청사항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비건 식사를 실현할 수 있다.

비건 식사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비건 식당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 식당에서도 사이드 메뉴를 조합하거나, 주방에 간단한 요청을 통해 조정을 부탁하면 뜻밖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계란 없이, 생선 소스 없이, 우유 대신 두유로 같은 간단한 문장은 여행 전 현지 언어로 미리 메모해두면 도움이 된다. 요즘은 번역 앱을 활용해 현지어로 문장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길거리 음식이나 시장에서는 직접 재료를 확인하며 구입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투명할 수 있다. 대형 체인 레스토랑보다 작은 규모의 가게나 로컬 마켓이 비건 재료에 더 개방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장소를 시도해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비건 여행의 핵심은 그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윤리적 선택을 해나가는 균형감에 있다. 때로는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동물권이나 식습관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토론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것이 또 하나의 배움과 교류가 될 수 있다. 여행지의 식문화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비건의 가치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태도가 진정한 비건 여행자의 자세다.

 

3.비건 여행은 윤리적 소비를 확장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나는 경험이 된다

여행하며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은 단지 먹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비건 윤리를 확장하는 실천이며,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와의 만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건은 먹는 방식만이 아니라 소비 방식, 교통 수단, 머무는 공간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숙소 선택에 있어서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곳,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로컬 게스트하우스, 플라스틱을 최소화한 지속 가능한 숙박업소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윤리적 실천을 확장할 수 있다. 교통수단 역시 장거리 이동 시 육상 교통을 우선 고려하거나, 항공 여행을 줄이려는 노력도 비건 여행자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비건 여행자는 현지에서도 비건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는 비건 마켓, 플리마켓, 커뮤니티 모임, 환경 활동 등이 열리고 있고, SNS나 Facebook 그룹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서,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깊은 교류를 만들어내며, 언어와 국경을 넘는 연대의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비건 여행은 단지 여행자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 현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비건 식당에 방문하고,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투어를 선택하고,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것은 현지의 지속 가능한 산업과 공동체를 지지하는 행동이 된다. 이처럼 비건 여행은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로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며, 새로운 형태의 관광 윤리를 제안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비건 여행은 단지 불편을 감수하는 고행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선택을 더 깊이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실험의 장이 된다. 일상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자신과의 관계, 동물과의 관계, 지구와의 관계를 새롭게 탐색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비건 여행이 가진 진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