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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는 삶이 가르쳐준 것들

by 파피용1 2025. 6. 30.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게 된 건 단지 공간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어지러운 방, 수납장 안에 쌓여가는 물건들, 그리고 머릿속까지 복잡해지는 느낌. 그 모든 것이 나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저 정돈된 공간만 얻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 과정은 내 삶 전반을 바꾸어 놓았다. 단순히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었고, 결국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묻는 여정이었다.

이 글에서는 비우는 삶을 실천하며 내가 배운 것들, 그것이 내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세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비우는 삶이 가르쳐준 것들
비우는 삶이 가르쳐준 것들

 

 

1.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용기가 생겼다

비운다는 건 단순히 정리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을 남기는 선택의 과정이다. 그런데 그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때로는 두려움을 수반한다. 이걸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하지?, 이 물건에 얽힌 추억은 어떡하지?, 혹시 후회하게 되면? 이런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비우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진짜 필요한 것을 보는 눈을 조금씩 키워갔다. 어떤 물건이 단지 습관적으로, 혹은 불안감 때문에 곁에 두어진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의 해방감을 체험했다. 그리고 그 해방감은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 시간, 감정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비우기 전의 나는 많은 사람과 연락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획하고 실천해야만 유능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꼭 하고 싶은 일, 꼭 필요한 감정만을 남기는 것이 나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쓸데없는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명확해진 나의 삶을 느낀다.

물건을 비우며 연습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고르는 일은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결정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되었고, 그것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했다.

비우는 일은 수동적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남길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비우는 연습을 통해 그 용기를 조금씩 키워왔고, 그 용기가 나를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2.여백이 주는 고요함과 집중의 힘을 알게 되었다

처음 방 안의 물건을 줄였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시각적인 고요함이었다. 예전엔 아무리 깨끗이 청소해도 공간이 복잡하게 느껴졌는데, 꼭 필요한 것만 남긴 후에는 그 자체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가 줄어들자 머릿속도 덜 복잡해졌고, 무엇보다 하나의 일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여백이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언가로 가득 채운 상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올 틈도 없었다. 반면,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여백이 생기자 나는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예전엔 커피를 마시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거나, 동시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여백이 있는 삶에서는 그 한 잔의 커피가 중심이 된다. 그 맛, 온기, 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사소한 일상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했다.

또한 여백은 비움이 곧 결핍이라는 통념을 깨주었다. 사람들은 종종 미니멀리즘을 모자람 혹은 억제로 오해하지만, 실은 여백이야말로 창의성과 평온함을 위한 시작점이다. 나의 경우, 여백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글을 더 잘 쓸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빈도가 높아졌다. 바쁠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결국 여백은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게 해주었다. 물건, 일정, 감정, 관계의 여백을 만들면서 나는 더 이상 소모되지 않았고,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곳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나다워지고 있었다. 여백이 곧 나를 회복시키는 공간이었음을 이제는 믿는다.

 

3.삶을 정의하는 기준이 바뀌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삶을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가, 무엇을 가졌는가로 평가하곤 했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기준, 즉 집의 크기, 연봉의 숫자,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성공의 잣대라고 믿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밀어붙였고,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이상하게 공허했다.

그런데 비우는 삶을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겼다. 나는 왜 이걸 가지고 싶었던 걸까?, 내가 바라는 삶은 정말 이런 방향이었을까? 그 질문들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나는 삶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오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많이 가지는가보다 얼마나 충실하게 경험하는가에 더 집중한다. 적게 가지더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 빠르게 달리지 않더라도 진심을 담아 하루를 보내는 삶. 그리고 그 기준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만이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성공의 정의도 바뀌었다. 예전엔 높은 자리, 많은 돈, 화려한 인정을 바랐다면, 지금은 안정적인 마음, 진정한 관계, 평화로운 일상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그건 결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무엇을 위해 달릴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았다. 물건 하나를 비우면서, 불필요한 일정을 지우면서, 지나친 감정을 내려놓으면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일어난 변화였다. 그러나 그 작고 느린 변화들이 쌓이면서 결국 내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비우는 삶은 나에게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다시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는다.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가며, 그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삶의 기준이 바뀌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아니, 나 자신이 달라진 것이다.

비운다는 건 잃는 것이 아니라, 다시 얻는 일이다.공간에서 시작한 비우기는 결국 내 생각, 감정, 관계, 삶의 태도까지 확장되었고,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나답고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다.이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비워가며, 그 속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들과 더 깊이 연결되어간다.

혹시 지금 삶이 버겁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비워보기를 추천한다.그 시작은 분명 작지만, 그 끝은 생각보다 크고 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