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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간에 여백이 생기자 마음에도 바람이 통했다

by 파피용1 2025. 7. 4.

우리는 종종 공간을 가득 채우는 데 익숙하다. 빈 벽엔 그림을 걸고, 서랍엔 물건을 차곡차곡 쌓는다. 어딘가 비어 있으면 왠지 허전하다고 느끼고, 그 허전함을 채우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정반대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내 공간에 여백이 생기자, 마음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공간에 생긴 여백이 어떻게 내 마음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리적인 변화가 심리적인 해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살아있는 공간을 다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공간에 여백이 생기자 마음에도 바람이 통했다
내 공간에 여백이 생기자 마음에도 바람이 통했다

1.가득 찬 방을 비우자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정리를 하고 싶었다. 항상 정돈되지 않은 책상, 옷이 쌓인 의자, 어디에 뭐가 있는지 헷갈리는 수납장.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끊임없이 피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씩 비워가기 시작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중복된 것을 정리하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내보냈다.

방이 점점 비워지자, 처음에는 어색했다. 너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허전함은 곧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시야가 탁 트이고, 움직임이 편해지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물리적인 공간이 여유로워지자, 그 여유는 자연스럽게 내 내면으로도 스며들었다.

무엇보다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는 집에 돌아오면 늘 뭔가를 해야 했다. 정리, 청소, 물건 찾기, 다시 정리. 그런 반복적인 루틴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정작 내 감정이나 생각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공간이 비워지고 나니, 그 속에서 나는 멈춰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불안해하고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조용한 틈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은 곧 내 마음속 여백이 되었다.

물리적인 여백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용히 떠올랐고, 무심코 눌러두었던 고민들이 표면으로 올라왔다. 그동안 바빠서 회피했던 마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 비워지니, 마음의 소음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와 대화할 수 있었다.

 

2.여백이 주는 시선의 변화는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방을 정리하고 여백을 만들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내가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물건을 볼 때 그 용도나 기능에만 집중했다. 이것은 어디에 쓸까, 어떻게 보관할까, 잘 어울릴까. 하지만 물건이 줄고 시선이 여유로워지자, 나는 공간 전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사는 환경이 어떤 분위기인지, 이 공간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엔 잘 느끼지 못했던 빛의 흐름, 바람이 드는 방향, 창밖 풍경이 새롭게 보였다. 그 작은 변화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공간을 단지 사는 곳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장소로 여기게 되었다.

그 시선의 변화는 삶 전체에도 영향을 주었다. 더 이상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물건을 놓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큰 집을 꿈꾸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나는 어떤 공간이 나를 편안하게 하는가,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 좋은 삶, 남들의 기준에 맞춰 채운 삶이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을 기준 삼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여백이 있었다. 가득 찬 일정이 아닌 여유로운 하루, 소유가 아닌 경험, 포장된 삶이 아닌 진짜 감정.

공간에서 시작된 여백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었고, 결국 내 삶을 설계하는 기준마저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단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방향성에 대한 변화였다. 나는 더 이상 채우기 위해 살지 않고, 더 깊이 느끼기 위해 살게 되었다.

 

3.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왔다

우리는 늘 채우라고 배운다. 성적을 채우고, 통장을 채우고, 집을 채우고, 인맥을 채운다. 그러다 보면 빈 공간, 빈 시간, 빈 마음을 두려워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여백을 만들어본 결과, 그 빈 공간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큰 평화를 안겨주었다.

물건이 없다고 해서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최소한의 것만 있을 때, 나는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것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일정이 빼곡할수록 나는 공허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는 내 마음의 결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정은 나를 불안에서 해방시켰다. 예전에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끊임없이 채워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비어 있는 공간도, 멈춘 시간도, 가벼운 관계도 괜찮다고 느낀다.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여유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점점 확장되었다. 외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타인의 시선에도 덜 민감해졌다. 비교나 경쟁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의 평화는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단단하다.

나는 이제 여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백 속에 머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백은 내게 질문을 던지고, 내면의 울림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울림은 늘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그렇게 나는 비워도 충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 공간에 여백이 생기자, 마음에도 바람이 통했다.그 바람은 혼잡했던 감정을 식혀주었고, 불필요한 욕망을 밀어내주었으며, 나를 더 단순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여백이란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온몸으로 깨닫는다.

오늘도 나는 내 공간과 마음에 작은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이 불러오는 바람을, 나는 기꺼이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