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다는 건 곧 잃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던 나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전혀 다른 진실과 마주했다. 버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백 속에 더 중요한 것이 스며든다. 단순히 물건을 줄인 것이 아니었다. 생각을 덜어냈고,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했으며, 내 시간의 흐름을 다시 붙잡았다. 그렇게 나는 더 적게 가지며, 더 풍요롭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서는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내가 버렸던 것들과, 그 빈자리에 내가 새롭게 얻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단순한 정리를 넘어, 존재와 가치의 균형을 되찾아간 여정이다.
1.과도한 소비와 충동 구매를 버리자 진짜 나의 욕구가 보였다
미니멀리즘의 시작은 사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왜 사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증명하려 애썼다. 예쁜 옷, 비싼 가구, 트렌디한 아이템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다. 광고는 끊임없이 말해줬다. 이것만 있으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자주 지갑을 열었고, 그 결과는 늘 후회였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멈추었다. 물건을 사기 전에 진짜 필요한가를 자문하기 시작했고, 그 질문은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 이것이 정말 나를 채워줄 수 있는가로 이어졌다. 충동이 들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고 3일을 기다려봤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은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거나, 외로움을 잊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소비의 이면을 바라보자 내 욕구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불안한 마음을 가리고 싶었다. 그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회피하지 않자 점점 더 가벼워졌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사는 일은 점점 줄었고, 대신 산책, 글쓰기, 조용한 음악 듣기 같은 진짜 나를 채워주는 일들로 바뀌었다.
또한, 소비를 줄이면서 나는 선택의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옷장을 열 때마다 무엇을 입을지 몰라 고민하던 시간, 인터넷 쇼핑몰을 헤매며 선택지를 좁히지 못해 허비하던 시간들이 사라졌다. 대신 나는 나에게 맞는 몇 가지 물건에 집중했고, 그것들이 주는 만족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 덜 가지되, 더 깊게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버린 것은 단순한 쇼핑 습관이었지만, 얻은 것은 내면과의 대화였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었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힘, 그리고 욕망과 욕구를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길러준 철학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둘러싼 사물들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과 진짜 필요에 더 민감해지고 섬세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끝까지 끌고 가던 관계를 버리자 더 따뜻한 연결이 남았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관계에도 적용됐다. 예전의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을 실패처럼 여겼고, 연락이 끊기면 내가 잘못한 것처럼 자책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도, 마음이 식어도 관계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붙잡는 것이 곧 풍요는 아니라는 것을.
나는 불편한 관계를 하나둘 놓기 시작했다. 매번 만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야 했던 사람, 나보다 항상 자신만 이야기하던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었다. 처음엔 공허했다. 그러나 그 공허함은 불편함의 탈색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공백은 점점 따뜻한 침묵으로 채워졌다.
그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잔잔하고도 오래된 관계들이 살아났다. 자주 보지 않아도 안부를 나누는 친구, 가끔의 대화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있는 연결. 마치 공간을 비워야 햇살이 들어오듯, 인간관계도 정리가 필요했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나는 진짜 관계의 온도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는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이 편한 관계들. 계산하지 않아도, 의무감을 느끼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연결. 그것은 이전의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깊고 오래 갔다.
버린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었다. 억지스러움, 불균형, 불필요한 책임감이었다. 그걸 내려놓으니, 사람의 마음이 진짜로 들리기 시작했다. 진심은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중요한 감정들이 묻혀버린다. 관계의 미니멀리즘은 내 인간관계의 깊이를 되찾아줬다. 더 많이 연결되기보다,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3.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나는 늘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머릿속에 넣고 살았다. 늦게 일어나면 죄책감이 들었고, 빈 시간을 보내면 불안했다. 책을 읽어도 다음 책은 뭘 읽지 걱정했고, 쉬면서도 이 시간에 뭘 생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쉼조차 유용하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나서, 삶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하루에 딱 한 가지 일만 하기로 했고, 주말엔 아무 일정도 잡지 않는 날을 만들었다. 처음엔 불안했다. 하지만 그 빈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자, 오히려 내 안의 진짜 욕망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지 라는 질문 앞에 망설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해야만 한다는 강박 대신 하고 싶다는 욕망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커피를 천천히 내려 마시고, 산책을 하며 길가의 꽃을 보고, 무계획하게 책을 펼쳐 읽는 시간. 그 안에서 얻는 충만감은 어떤 목표 달성보다도 크고 깊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로도 충분했다.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니 삶은 더욱 의욕적으로 바뀌었다. 해야 하기에 하기 싫던 일들이, 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일이든 창작이든 관계든, 자발성에서 시작된 행위는 더 오래 지속됐다. 그렇게 나는 일상을 통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삶의 리듬을 발견했다.
버린 것은 시간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이었다. 얻은 것은 삶을 느끼는 감각과, 내면에서 시작된 동기였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나는 점점 더 삶을 해야 할 일들의 목록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대신 살고 싶은 하루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버린 것들은 겉보기에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얻은 것들은 삶의 본질을 뒤바꿀 만큼 크고 묵직했다. 과잉의 시대에 덜어내는 용기를 갖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철학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다. 우리가 비우는 모든 것은 단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선명해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