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단을 처음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고기, 달걀, 우유를 안 먹으면 그럼 대체 뭘 먹지?
평소 습관처럼 열던 냉장고 속 익숙한 식재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면, 당황스럽고 막막한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혼란을 겪었고,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하나둘씩 비건 냉장고의 기본을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비건 식단은 단순히 제한이 아닌 확장 입니다.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탐색하면서 오히려 식단은 더 풍성해지고, 건강은 물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죠. 이 글에서는 그런 여정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 줄, 냉장고 속 필수 비건 식재료 10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왜 이 재료가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정보도 함께 담았습니다.
1.단백질의 핵심, 식물성 단백질 식재료
비건 식단에서 가장 자주 듣는 우려는 단백질 섭취입니다. 하지만 단백질은 꼭 고기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식물에도 충분하고 양질의 단백질이 존재하죠. 냉장고에 아래 식재료만 잘 갖춰놔도 걱정 없이 단백질 밸런스를 맞출 수 있습니다.
두부는 한국인의 냉장고에는 익숙한 두부. 하지만 비건 식단에서는 그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갑니다. 부침용, 찌개용, 연두부 등 종류도 다양하고, 조리법에 따라 식감과 맛도 전혀 달라지죠. 단단한 두부는 물기를 살짝 제거한 뒤 에어프라이어나 프라이팬에 구우면 고소하고 든든한 메인 반찬이 됩니다. 연두부는 간장, 참기름, 김가루만 얹어도 맛있는 간편식이 되고요. 가격 부담도 없고, 단백질은 풍부하며, 모든 요리에 응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비건 식재료의 기본 중 기본 입니다.
병아리콩은 샐러드, 커리, 스튜는 물론, 부드럽게 으깨어 후무스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콩입니다. 한 번 삶아 놓으면 냉장고에서 4~5일은 거뜬히 보관할 수 있고, 얼려두면 더 오래 두고 쓸 수도 있어요. 병아리콩 외에도 렌틸콩, 완두콩, 강낭콩 등은 모두 단백질, 섬유질이 풍부하고 포만감을 주는 식품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콩류를 미리 삶아 소분해두는 습관만 들여도 매 끼니가 한결 수월해질 거예요.
템페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 식품으로, 최근 서양의 비건 식단에서는 아주 각광받고 있는 식재료입니다. 고소한 풍미와 함께 고기처럼 씹히는 질감이 특징이죠. 마리네이드한 뒤 오븐에 구워 먹거나, 얇게 썰어 팬에 바삭하게 구워 샌드위치 속 재료로 활용하면 맛과 영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라인 비건 몰이나 대형 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냉장보관도 가능하니 하나쯤 비치해두면 좋습니다.
2.매일을 풍성하게 해주는 채소와 과일
비건 식단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채소와 과일입니다. 매 끼니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만으로도 몸의 변화는 빠르게 나타납니다.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들이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으면, 식사 준비도 간단하고 즐거워집니다. 아래는 그중에서도 특히 냉장고에 항상 있어야 할 대표적인 채소와 과일입니다.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 이 두 채소는 식감이 아삭하고, 조리 시간도 짧아 평소 식단에 자주 활용하기 좋습니다. 브로콜리는 단백질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어 채식 단백질 보충에도 유리하며, 컬리플라워는 감자처럼 으깨서 퓨레나 스프에도 잘 어울립니다.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참깨 드레싱이나 비건 마요네즈와 함께 무쳐 먹으면 간단한 한 끼 반찬으로 손색이 없죠. 조리 후에는 냉장 보관하여 2~3일은 두고 먹을 수 있어 더욱 실용적입니다.
오이와 당근은 아삭한 식감과 단맛 덕분에 생으로 먹기에도 부담이 없고, 볶음이나 조림에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오이는 수분 함량이 많아 여름철 갈증 해소에도 좋고, 비빔국수나 김밥, 샐러드에 빠지지 않는 재료죠. 특히 당근 스틱에 후무스를 찍어 먹는 간식은 포만감도 크고, 무척 간단하면서도 건강합니다. 냉장 보관 시에는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용기에 넣으면 수분이 유지되어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됩니다.
로메인, 시금치, 청경채와 같은 잎채소는 매일 샐러드 한 그릇을 만들어주는 베이스 역할을 합니다. 날것으로 먹어도 좋고, 데쳐서 나물이나 국거리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청경채는 볶음요리에도 잘 어울려 활용 범위가 넓어요. 잎채소는 금방 시들 수 있으니, 물기를 닦고 키친타월로 싸서 보관하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샐러드를 자주 먹는 분이라면 로메인이나 버터헤드를 꾸준히 구비해두는 걸 추천드립니다.
계절 과일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식재료입니다. 아침 식사로, 또는 간식으로 활용하기에도 좋고요. 특히 바나나는 스무디, 오트밀, 비건 베이킹 등에서 단맛을 더하는 데 자주 쓰이며, 숙성될수록 당도가 올라가 디저트 재료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사과, 감귤, 키위, 블루베리 등은 껍질째 먹기 좋고, 보관도 쉬워 냉장고 필수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즌에 따라 조금씩 바꿔가며 먹는 것도 식단에 계절감을 더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3.간편함과 맛을 살리는 비건 필수템
바쁜 일상 속에서 비건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간편하지만 맛있는 식재료가 필요합니다. 조리 시간을 단축하고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아이템들이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다면, 요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즐거워질 수 있어요. 다음의 식재료들은 바로 그런 실용성과 맛을 함께 책임져주는 존재들입니다.
식물성 우유로는 두유, 귀리우유, 아몬드밀크는 활용도가 아주 높은 재료입니다. 아침 오트밀을 만들 때, 스무디에 넣을 때, 혹은 커피에 타 마실 때도 사용할 수 있죠. 요즘은 일반 두유 외에도 바리스타용 귀리우유, 단백질 강화 아몬드밀크 등 다양한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소화에 민감한 사람에게도 매우 좋은 대안이 됩니다.
비건 마요네즈와 드레싱은 샐러드를 자주 먹는 비건에게는 마요네즈와 드레싱이 맛을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시중에는 콩기름이나 캐슈넛으로 만든 비건 마요네즈, 땅콩버터 베이스의 아시안풍 드레싱, 발사믹 비네거 드레싱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한두 가지를 냉장고에 갖춰두면, 그날그날 채소에 따라 드레싱만 바꿔도 전혀 다른 요리를 즐길 수 있어요. 매일 샐러드가 지겹지 않게 만드는 작은 마법이죠.
코코넛, 귀리, 아몬드 등을 원료로 한 비건 요거트는 아침 대용으로도 좋고, 간식이나 디저트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과일, 견과류, 그래놀라와 함께 먹으면 한 끼로도 손색없죠. 비건 치즈는 예전보다 훨씬 맛있어졌습니다. 피자나 샌드위치에 넣으면 고소한 풍미를 살릴 수 있고, 토핑으로도 제격입니다. 식물성 발효 식품은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냉장고 속 작은 유산균 식품으로 챙겨보세요.
된장과 김치는 한국 비건 식단의 핵심 조미식품입니다. 단,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김치를 선택해야 해요. 최근에는 무젓갈 김치도 많이 출시되고 있어 선택 폭이 넓어졌습니다. 미소된장은 일본식 국물 요리나 볶음 소스에도 좋고, 코코넛 아미노스는 간장의 대체품으로 훨씬 저염이기 때문에 소금 섭취를 줄이는 데 유용합니다.
냉장고에 이 열 가지 식재료만 잘 갖춰져 있어도, 비건 식단은 훨씬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조합으로 요리를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식단은 더욱 창의적이고 맛있어질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에 맞는 비건 라이프를 천천히, 즐겁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